보도일자 : 2014-12-11
[공연리뷰] 그라시아스 합창단 \'크리스마스 칸타타\' 어린이ㆍ노인ㆍ외국인 등 관객 다양…17000석 매진 \"합창이지만, 한 사람이 부른 것 처럼 깨끗한 음색\"
9일 오후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연말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클래식과 연극을 가미한 오페라와 뮤지컬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어 관객들은 ‘1석3조’의 묘미를 맛봤다. 세계적 합창단의 공연답게 어린이부터 노인, 외국인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1700여 석의 객석이 가득 채워졌다.
무대는 2000년 전 유대의 땅 베들레헴 작은 마을로 돌아간다. 말구유가 있는 허름한 마구간에서 ‘응애~응애’ 아기 울음 소리가 퍼지면서 갓 태어난 아기를 안은 마리아와 요셉이 등장한다. 그 옆에서는 ‘온 땅 기뻐해~만 백성 기뻐하라’ 의 가삿말을 담은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1막은 연극을 가미한 오페라 공연으로 꾸며졌다.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주제로 ‘만백성 기뻐하라’, ‘그 여관엔 예수님 방이 없고’ 등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 명곡 7곡이 선보이면서 예수의 탄생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2막에선 산타 복장을 한 광주지역 6살배기 유치원생들이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음악에 맞춰 앙증맞은 율동을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어 오 헨리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모티브로 한 따뜻한 가족 뮤지컬이 펼쳐졌다. 무대 세트 또한 액세서리점, 시계점, 주인공의 집, 롤러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졌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뮤지컬 공연에선 ‘사장’ 역을 맡은 외국인 더글라스 예보아(가나 출신) 씨가 완벽한 한국말 구사와 코믹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에서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바쁜 회사일로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우리시대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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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모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현준(52ㆍ순천)씨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공연이 된 것 같다. 뮤지컬을 보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고 부모와 자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3막에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소리’라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울려퍼졌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의상을 맞춰입은 합창단원들은 ‘우리를 위해 한 아기 나셨다’ 를 시작으로’할렐루야~’ 등을 합창했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음색을 자랑하는 그라시아스 합창단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맑은 목소리 탓인지 50여 명이 합창했지만, 마치 한 사람이 부른 것 처럼 느껴졌다.
이날 지휘봉을 잡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교수 보리스 아발랸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웅장한 무대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합창단은 관객들과 ‘고요한 밤’을 함께 합창하면서 무대를 마무리했고,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관객 이예광(송정동초 2년)군은 “클래식과 오페라, 뮤지컬 등 한번에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다양한 캐럴을 들으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감상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라시아스합창단(단장 박은숙)은 지난 10월 북미 20개 도시를 순회하며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선보였고, 2014 스위스 몽트뢰 국제합창제 혼성부문 1등, 최우수 관객상과 2014 이탈리아 리바 델 가르다 국제합창제 대상을 수상했다. 11일 오후 7시30분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